프로그래머로 산다는 것

로드북,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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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영화를 보면 한적한 시골에 홀로 서있는 곡물 저장소의 모습이 자주 나온다. 주변에 다른 건물도 없고 건물 자체도 낡이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필요할 때 자주 애용된다. 소프트웨어 개발분야에도 이처럼 외부와의 협업 없이 혼자 외로이 지내는 개발자가 많다.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으나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은 없다. 개인의 기술을 철저한 비밀로 만들거나 완전히 장악하여 다른 사람이 협업할 여지를 만들지 않는다. 자의식도 매우 강해 자신이 아는 것만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이에 부합하지 않는 의견에는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 결국 조직에서 누구도 그 사람과 협업하지 않게 되고 혼자 조용히 자신 안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만 살아간다.

현실 세계의 문제는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설사 있더라도 지금은 알 수 없다. 나중에 승리한 결과가 정답이 되기 때문이다. 동일한 문제를 푸는 일도 없으며 늘 새로운 문제와 씨름한다. 현재 해볼 수 있는 가장 적합하고 적당한 시도를 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전체 목표에 맞추어 방향을 조정하며 답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강박증에 걸린 경우라면 이런 시도 자체를 거부한다. 그냥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며 생각의 무한 루프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한다. 정답이 없는 세계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신중한 것이 아니라 단지 느릴 뿐이다. 강박증의 세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조직과 개인 모두가 합리적인 해결책의 정의를 이해해야 한다. 합리적인 해결책은 현재 가용한 시간과 자원을 활용하여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지 정답이 아니다.

필자의 소망은 평생을 프로그래머로 사는 것이다. 어찌 보면 불가능해 보이는 이 소망을 어떻게 하면 이룰 수 있을까, 지금도 고민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그 동안 생활해 온 삶의 틀을 많이 바꿔야 할 것이다. “조화로운 삶”이라는 책을 보면 ‘444’라는 공식이 나온다. 하루 네 시간은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하고, 네 시간은 전문 활동을 위해 사용하며, 나머지 네 시간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단체 활동에 참여하라고 책은 이야기 하고 있다. ( 중략 ) 우리는 결국 원하건 원치 않건 간에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고, 늘 배워야만 하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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